
프로젝트 제안서(RFP, Request for Proposal)에 평가 기준이 없으면 스튜디오는 각자 잘하는 것을 담아 옵니다. 한 곳은 포트폴리오를 30페이지 넣어 오고, 다른 곳은 방법론을 상세히 풀어 오고, 세 번째 곳은 견적표를 앞세웁니다.
세 가지 제안서를 놓고 무엇을 기준으로 고를지 그 자리에서 정하게 됩니다. 그러면 대개 눈에 익은 클라이언트 이름이나 마지막에 본 시안이 결정을 가릅니다. 둘 다 우리 프로젝트가 잘 굴러갈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포트폴리오에는 완성된 결과물이 실립니다. 잘 나온 사진과 정돈된 목업이 들어가고, 그 형태가 왜 그렇게 결정됐는지는 대개 생략됩니다.
같은 스튜디오의 작업이라도 클라이언트의 상황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내부에 디자인 조직이 있었는지, 예산이 얼마였는지, 결정권자가 몇 명이었는지가 결과물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완성된 화면만 보면 이 조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와 함께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입니다. 예산이나 일정 때문에 덜어낸 항목, 클라이언트가 원했지만 만류한 항목, 이번에는 유지하기로 한 기존 자산이 그 답에 들어 있습니다.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스튜디오는 브랜딩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하고 있는 곳입니다.
배점까지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을 볼 것인지만 밝혀도 제안서의 구성이 바뀝니다.
우리 업종이나 비슷한 조건의 작업 경험입니다. 같은 업종일 필요는 없습니다. 규모가 비슷한 회사, 내부에 디자인 인력이 없던 회사, 상장을 앞둔 회사처럼 조건이 겹치는 사례가 더 유용합니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입니다. RFP에 적힌 문제를 그대로 받아 적은 제안서와, 그 문제의 원인을 다르게 짚은 제안서가 있습니다. 뒤의 것이 대체로 프로젝트에서 더 쓸모 있습니다.
투입 인원과 역할입니다. 제안 자리에 나온 사람과 실제로 작업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누가 몇 명 들어오고 각자 무엇을 맡는지 적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결과물의 형태입니다. 앞서 다룬 항목이지만 평가 기준으로도 씁니다. 원본 파일과 템플릿을 함께 주는 곳과 PDF만 주는 곳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가 다릅니다.
끝난 뒤의 지원 범위입니다. 자산을 쓰다 보면 규정에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때 물어볼 수 있는지, 유상인지 무상인지, 기간이 정해져 있는지를 확인하십시오.
여러 곳을 비교하기 전에 한두 곳과 짧게 이야기해보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30분이면 그 스튜디오가 우리 상황을 어떻게 읽는지 확인됩니다.
이 자리에서 물어볼 만한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RFP에서 빠진 항목이 무엇인지, 이 예산으로 무엇을 먼저 하겠는지, 우리 업종에서 흔히 보이는 실수가 무엇인지입니다. 세 질문에 대한 답이 그 스튜디오의 판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래 항목은 평가 기준 없이 비교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기준부터 적을 시점입니다.
듀당스는 제안 전에 짧은 미팅을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서를 주고받기 전에 서로의 조건을 맞추는 편이 두 회사 모두에게 빠르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를 비교하는 단계에 계시다면 브랜드 점검 커피챗으로 먼저 이야기해보셔도 됩니다.
글 듀당스(Duedance) · 편집 차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