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딩 스튜디오 세 곳에 같은 프로젝트 제안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회신으로 받은 제안서를 나란히 놓으니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한 곳은 로고와 가이드라인만 적혀 있습니다. 다른 스튜디오는 웹사이트와 사인물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한 곳은 전략 단계를 별도 계약으로 분리했습니다. 견적도 4천만 원과 1억 2천만 원과 2억 원으로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문제가 무엇일까요? 세 스튜디오는 각자 다른 질문에 답했습니다. RFP에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스튜디오가 범위를 추정합니다. 추정이 다르면 제안도 달라집니다.
RFP를 잘 쓰면 좋은 제안이 온다고 말하지만 순서가 반대입니다. RFP를 쓰는 과정에서 회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정리됩니다. 그 정리가 끝난 문서를 받은 스튜디오는 같은 조건 위에서 답할 뿐입니다. 그래서 RFP의 완성도는 회사 안에서 결정이 끝났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예산을 못 적는 회사는 대개 예산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고, 범위를 못 적는 회사는 무엇을 바꿀지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듀당스는 RFP를 받으면 먼저 무엇이 비어 있는지 봅니다. 비어 있는 항목은 함께 정해야 할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예산, 프로젝트 기간, 과업 범위를 먼저 묻는 이유는 이 세 가지를 먼저 정해야 미팅과 업무 시작 단계에서 프로젝트의 목표를 명확하게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 예산입니다. 금액을 적지 않으면 스튜디오가 범위를 추정해 견적을 냅니다. 그러면 받은 제안의 범위가 서로 달라 비교가 불가능해집니다. 예산을 먼저 열고 그 안에서 범위를 정하는 순서가 실무에 맞습니다.
둘, 과업 범위입니다. 브랜드 리뉴얼이라고만 적으면 로고만 그리는 제안과 공간 사인까지 포함하는 제안이 함께 옵니다. 무엇을 포함하는지와 함께 무엇을 제외하는지를 적어야 합니다.
셋, 결과물입니다. 범위가 정해져도 결과물의 형태가 다르면 값이 달라집니다. 가이드라인을 PDF로 받을지 원본 파일까지 받을지, 발표 템플릿이 몇 벌인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넷, 현재 상태입니다. 지금 쓰는 로고를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원본 파일이 있는지, 상표는 출원했는지입니다. 이 정보가 없으면 스튜디오는 최악을 가정하고 견적에 여유를 넣습니다.
다섯, 결정권자와 검토 주기입니다. 최종 결정을 누가 하는지, 검토에 며칠이 걸리는지, 내부에 자료를 줄 사람이 있는지입니다. 일정이 밀리는 원인의 대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여섯, 평가 기준입니다. 무엇을 보고 고를지를 적으면 제안서가 그 항목에 맞춰 옵니다. 적지 않으면 각자 잘하는 것만 담아 옵니다.
일곱, 제출물과 제출 방식입니다. 시안을 요구할지, 요구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보고 판단할지입니다. 이 항목이 제안의 질과 참여 스튜디오의 수준을 가장 크게 좌우합니다.
여덟, 계약 조건입니다. 저작재산권이 어디로 가는지, 사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수정은 몇 회인지입니다. 계약서에 들어갈 내용이지만 RFP 단계에서 밝혀야 나중에 다시 협상하지 않습니다.
처음 RFP를 쓰는 회사가 여덟 항목을 모두 확정한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비어 있는 항목이 있으면 비어 있다고 적으시면 됩니다. 예산 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쓰는 것과 예산 항목 자체가 없는 것을 스튜디오는 전혀 다르게 읽습니다.
앞의 것은 함께 정할 사항이고, 뒤의 것은 스튜디오가 추정할 사항입니다. 추정이 들어가면 제안서끼리 비교할 수 없게 됩니다.
아래 항목은 RFP를 보낼 준비가 덜 됐을 때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네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문서를 먼저 정리할 시점입니다.
브랜딩 컨설턴시 듀당스는 먼저 묻습니다. 과업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예산은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메일과 미팅에서 먼저 확인합니다. 이것은 더 정확한 브랜딩을 위한 과정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회사 브랜딩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두 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지금 작성 중인 RFP가 있다면 보내주세요.
글 듀당스(Duedance) · 편집 차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