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부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만 있는 경우When the only designers you have work inside the product.

Q. B2B SaaS를 만들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두 명이 있고 제품 화면의 완성도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품 밖입니다. 회사 소개서와 전시 부스, 채용 페이지가 서로 다른 회사처럼 보입니다. 최근 엔터프라이즈 영업을 시작하면서 대기업에 제안서를 내는데 자료의 수준이 걸립니다. 제품 디자이너에게 부탁하면 만들어주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제품 일정이 밀립니다. 브랜딩까지 이 사람들에게 맡겨도 되는지, 아니면 따로 뽑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A. 맡길 수는 있지만 두 작업이 다루는 대상이 다릅니다. 제품 디자인은 버튼과 오류 상태를 다루고 브랜드 디자인은 회사가 무엇으로 읽히는지를 다룹니다. 한 사람이 둘을 맡으면 대체로 제품 일정에 맞추어서 진행하다보니 브랜딩 작업은 후순위로 밀립니다.
제품 화면과 대외 자료의 격차
제품 화면은 버튼 상태까지 정리되어 있는데 회사 소개서는 기본 템플릿에 로고만 얹혀 있습니다. 그래서 웹사이트 첫 화면과 전시 부스 배너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회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품 안에서 쓸 색은 성공과 경고와 오류로 나뉘어 정의되어 있는데, 인쇄물이나 3미터짜리 사인물에서 쓸 색은 정해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 의사결정자가 필요할 때마다 컬러를 결정합니다. 그러다보니 몇 년 연속 부스에 참가해도 같은 서비스, 같은 회사라고 고객들이 알아보지 못합니다.
요청이 들어오는 방식도 문제를 키웁니다. 대외 자료 요청은 대부분 슬랙으로 들어오고 마감이 이틀입니다. 제품 디자이너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제품 업데이트를 위한 스프린트 일정을 놓고 리소스를 새로 산정해야 합니다. 판단 자체가 비용이고, 그 판단이 매번 다르게 내려집니다.
층위가 다른 두 개의 시스템
제품 디자이너가 브랜드 작업을 못 해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층위가 다른 시스템 두 개가 필요한데 하나만 있는 상태입니다.
제품 디자인 시스템은 컴포넌트와 상태를 다룹니다. 버튼이 눌렸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입력값이 틀렸을 때 어떤 색을 쓰는지가 그 안에 있습니다. 브랜드 시스템은 다른 것을 다룹니다. 회사가 무엇으로 읽힐지, 그 인상을 화면 밖에서 어떻게 유지할지가 대상입니다.
앞의 것에서 뒤의 것을 역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모니터에 맞춰 고른 색은 인쇄에서 탁하게 나오고, 16픽셀 화면에 맞춰 줄인 로고는 배너로 만들면 허전해집니다. 제품 시스템을 잘 만들었을수록 그 안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밖으로 꺼내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병목은 오히려 시간 쪽에 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두 명은 이미 풀타임으로 제품을 맡고 있습니다. 브랜드 작업을 얹으면 그만큼 제품에 쓸 시간이 줄어듭니다.
국내 디자인 조직의 실제 규모
디자이너가 있으니 조직이 있다고 보기 쉽지만 실제 규모는 그렇지 않습니다. 2021년 기준 국내 조사에서 디자이너를 고용한 사업체의 평균 디자이너 수는 두세 명 수준이었습니다.1 두세 명은 서비스 운영에 맞는 규모입니다. 이미 정해진 기준을 적용하고 유지하는 일에는 충분하지만 기준을 처음 세우는 일에는 인원보다 다른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 회사의 사례를 겪어야 무엇이 흔하고 무엇이 구별되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 조직과 역할을 나누는 방식
회사 내부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만 있는 경우 BX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예상되는 진행 방식입니다. 실제 과업 범위는 회사의 상태와 목표에 따라 달라지며 미팅에서 함께 결정합니다. 또한 회사 내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제품 디자이너 한 명이 카운터파트가 됩니다. 인터뷰와 검토에 참여하고 결정 과정을 함께 보되 실무 제작은 맡지 않습니다. 넘겨받을 사람이 안에 있어야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시스템이 굴러갑니다.
듀당스는 회사를 설명하는 한 문장을 확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엔터프라이즈 제안 자리에서 회사를 뭐라고 소개할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자료의 형태를 아무리 맞춰도 인상이 모이지 않습니다.
그다음이 아이덴티티와 시스템입니다. 로고 사용 규정과 최소 크기, 인쇄와 화면에서 함께 작동하는 컬러 값, 국문과 영문 서체 조합을 정리합니다. 적용물로는 발표 템플릿과 제안서 양식, 웹사이트, 전시와 인쇄물에 쓸 자산을 만듭니다. 회사와 제품의 이름이 어떤 관계인지도 이 단계에서 정의합니다.
이미 만들어둔 제품 시스템을 다시 그리는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듀당스는 브랜드 쪽 값과 제품 쪽 값이 어긋나지 않도록 연결 규칙만 정리합니다. 어디까지 맞출지는 제품 조직과 논의해 정합니다.
퍼포먼스 광고 소재와 콘텐츠 디자인은 과업 범위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시스템이 정해진 뒤 사내 인력이나 별도 파트너가 이어받는 영역입니다.
제품 일정과 영업 자료
제품 디자이너가 대외 자료 요청을 받았을 때 판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템플릿을 열고 내용을 채우면 끝나기 때문입니다. 스프린트 일정을 판단하는 리소스가 줄어듭니다.
영업 쪽에서도 자료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제안서의 표지와 목차, 사례 페이지 형식이 정해져 있으면 디자인 요청 없이 나가는 건이 늘어납니다. 대외 자료 때문에 제품 일정이 흔들리는 구조가 여기서 끊깁니다.
제품 디자이너가 브랜드까지 맡는 편이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품이 하나뿐이고 회사가 곧 그 제품인 경우입니다. 접점의 대부분이 화면 안에 있으니 두 시스템을 나눌 이유가 적습니다. 다만 이때도 판단 기준은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그 사람이 나가면 기준도 함께 나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확인할 신호
아래 항목은 제품 시스템만 있고 브랜드 시스템이 없을 때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시스템을 나눌 시점입니다.
제품 조직이 있는 회사와의 협업
듀당스는 제품 조직이 있는 회사와 협업할 때 역할을 나눠서 진행합니다. 제품 안은 기존 팀이 유지하고, 회사가 밖에서 읽히는 방식과 그것을 지탱할 시스템을 듀당스가 맡습니다. 제품은 잘 운영되는데 회사가 그만큼 보이지 않는다면 듀당스에 문의해주세요.
글 듀당스(Duedance) · 편집 차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