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확장에서 브랜드 자산의 중요성Why brand assets decide the schedule of a global launch.

국내에서 쌓은 인지도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순간 사라집니다. 매출은 이어지는데 브랜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태. 해외 진출을 시작한 회사들이 공통으로 겪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제도 문제가 하나 더 붙습니다. 쓰던 이름을 그 나라에서 못 쓰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미 같은 이름이 등록되어 있으면 서비스명을 바꾸거나 소송까지 해야 합니다. 진출을 결정한 다음에 알게 되면 대응할 시간이 없습니다.1
그래서 해외 진출에서 브랜드 작업은 마케팅 항목이 아니라 일정(Schedule) 항목입니다. 지금 행동해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드리드 국제출원의 구조와 소요 기간
2003년 4월 마드리드 의정서가 발효됐습니다. 한국도 영향을 받습니다. 마드리드 의정서는 국내에 출원했거나 등록한 상표를 기초로 보호받으려는 국가를 지정해 WIPO 국제사무국에 출원서를 제출하는 제도입니다.2 나라마다 따로 출원하는 방식보다 관리가 단순합니다.
국제출원 일정을 보면 왜 글로벌 진출 전에 상표권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정국 관청은 보호를 거절하는 통지를 지정통지일로부터 1년, 국가에 따라서는 18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기간 안에 통지가 없으면 그 나라에 등록된 것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3 뒤집어 말하면 결과를 알기까지 최대 1년 6개월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비용 구조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료에 지정국별 개별 수수료, 초과 수수료, 특허청 취급 수수료가 더해집니다. WIPO가 제공하는 계산기로 사전 산출이 가능합니다.4
여기서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어느 상품·서비스 분류로 출원할지는 사업 확장 계획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 매출이 나는 영역만 잡으면 나중에 다시 출원해야 합니다. 브랜드 아키텍처를 정리하는 작업과 같은 질문이 여기서 나옵니다. 글로벌 진출에 앞서 브랜딩 전문 스튜디오와 협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 편의 실증 연구
브랜드가 글로벌하다고 인식되면 소비자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스텐캄프와 바트라, 올든은 2003년 논문에서 지각된 브랜드 글로벌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미국과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그 인식이 구매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습니다.5 한국 소비자가 표본에 포함된 초기 연구라 국내 기업이 참고하기에도 적절한 연구입니다.
연구자들이 붙인 조건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여러 나라에서 판매하고 있고 그 나라들에서도 글로벌하게 인정받는다고 믿을 때에만 효과가 발생한다고 명시했습니다.6 스스로 글로벌하다고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글로벌 브랜드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격까지 확인한 후속 연구도 있습니다. 다베타스와 동료들은 2015년 연구에서 브랜드 글로벌성을 실험적으로 조작한 네 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글로벌성이 브랜드 태도를 우호적으로 만드는 경우에 한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보였습니다.7
조건부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글로벌하게 보이기만 하면 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인식이 호감으로 이어질 때만 가격 여력이 생깁니다. 이 호감도는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 구분 | 글로벌 진출 시 사라지는 자산 | 글로벌 진출 시 남는 자산 |
|---|---|---|
| 인지 | 국내에서 쌓은 이름 인지도 | 제품 자체의 성능과 사용 경험 |
| 신뢰 | 국내 고객사 명단, 국내 수상 이력 | 글로벌 인증, 해외 레퍼런스 |
| 권리 | 국내 상표 등록의 효력 | 해당국에 별도로 확보한 등록 |
| 언어 | 국문 워드마크와 국문 슬로건 | 영문 표기 체계와 시각 자산 |
표 1. 해외 진출 시 브랜드 자산의 이전 여부
국가 간 확장을 다룬 디자인 연구
브랜드 인식 연구 옆에 디자인 자체를 다룬 연구도 참고할 만합니다. 루베라와 드로게의 2013년 연구는 기술 혁신과 디자인 혁신을 분리해 각각이 매출과 토빈 Q(기업가치 지표에 해당하는 지표로 시장가치를 자산 대체비용으로 나눈 값)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습니다. 디자인 혁신의 효과는 기업 브랜딩을 쓰는 경우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8 제품 디자인과 회사 브랜드를 따로 굴리는 것보다 함께 설계하는 편이 낫다는 결과입니다.
해외 확장과 직접 맞물리는 후속 연구도 있습니다. 루베라와 그리피스, 얄츤카야는 2012년 논문에서 신제품을 지역별로 순차 출시할 때 기술 혁신과 디자인 혁신의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유럽 데이터로 검토했습니다.9
실무 레벨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글로벌 진출 시 리브랜딩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통했던 디자인 결정이 다른 시장에서 같은 값을 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색이 주는 인상, 서체가 주는 격, 이름이 읽히는 방식이 모두 달라집니다. 해외 진출 전에 현지 검수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케이스 스터디
국내 사업을 유지하면서 해외로 나가는 회사는 하나의 브랜드로 두 시장을 감당해야 합니다. 국문 표기를 그대로 로마자로 옮기면 현지에서 읽히지 않고, 영문만 쓰면 국내 개인 고객 접점에서 거리가 생깁니다.
듀당스가 크몽 리브랜딩에서 택한 방식은 국문 로고와 영문 워드마크를 이원 체계로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 사용자 접점에는 국문을, B2B와 글로벌 접점에는 영문을 씁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두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각도로 작동하도록 설계한 구조입니다.
국보디자인에서는 다른 판단을 했습니다. 로고에 "Co., Ltd" 표기를 더해 코스닥 상장사라는 위상이 표기 단위에서 읽히도록 했습니다. 국문과 영문 가운데 무엇을 앞에 둘지는 그 회사가 어느 시장에서 무엇으로 읽히고 싶은지에 따라 갈립니다.
이원 체계를 설계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접점의 종류가 아니라 고객의 동선입니다. 맥킨지(McKinsey)가 정리한 네 주제 가운데 하나가 고객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내부 경계를 허물라는 것이었습니다.10 웹과 앱, 오프라인 등에서 영업 자료, 상세페이지, 카탈로그, 제품 등을 부서별로 나눠서 담당하는 것은 회사의 사정이지 고객의 사정이 아닙니다. 국문과 영문을 나누는 기준도 부서가 아니라 고객이 어느 쪽 언어로 회사를 처음 만나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해외 확장과 투자 유치에서 브랜드 자산의 역할
상표를 미리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블로크의 2014년 연구는 상표의 존재와 수가 VC의 스타트업 밸류에이션과 양의 관계를 보인다는 결과를 냈습니다. 그 기여도는 후기 라운드로 갈수록 낮아졌습니다.11 하이민 저우와 공동 저자들의 후속 연구에서는 특허와 상표를 함께 보유한 스타트업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고 이 효과 역시 초기 라운드에서만 관찰됐습니다.12
2025년 말 기준 S&P 500 시가총액의 약 92%가 무형자산에서 나옵니다.13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자산이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시장에서, 상표는 그 자산을 공개 데이터로 계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항목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플립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해외 상표 확보를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시점별로 나눈 브랜드 준비
| 시점 | 정리 항목 | 이유 |
|---|---|---|
| 진출 검토 단계 | 진출 후보국의 동일·유사 상표 검색 | 이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을 미리 확인 |
| 진출 18개월 전 | 마드리드 국제출원 착수 | 지정국 심사에 최대 18개월이 걸린다14 |
| 진출 12개월 전 | 영문 표기 체계 확정, 국문·영문 사용 원칙 수립 | 접점마다 다른 표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 |
| 진출 6개월 전 | 현지 언어 검수, 발음과 의미 확인 | 이름이 현지에서 부정적으로 읽히는 경우를 차단 |
| 진출 시점 | 글로벌 웹사이트와 영문 자료 정비 | 글로벌하게 인식되는 상태를 만드는 최소 조건15 |
표 2. 해외 진출 시점별 브랜드 준비 항목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위하여 해외 진출에 앞서 세밀한 부분까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의 항목들은 해외 진출 결정 후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상표 등록 기간은 줄일 방법이 없습니다.
퍼스트 펭귄이 될 수 있는 기회
글로벌 브랜드로 고객들에게 인식되면 브랜드 가치가 상승합니다. 이 인식을 호감으로 이어지도록 만들 수 있다면 가격 상승 여력까지 생깁니다. 해외 상표를 출원하면 VC 밸류에이션과도 상관관계가 나타납니다. 아직까지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을 할 때 브랜드 자산이 성과에 미친 영향은 검증된 데이터가 없습니다. 이미 글로벌 브랜드는 브랜드 자산의 호감도가 비즈니스 지표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퍼스트 펭귄이 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글 듀당스(Duedance) · 편집 차영우